Sunday, March 6, 2011

Road to happiness 박탐희


지인의 돌잔치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먼발치에서 ‘맞나?’, ‘아닌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확인하기로 했다. 마냥 흐뭇하게 웃고 있는 얼굴, 박탐희가 맞았다.
“어머, 여긴 웬일이세요!” “어머, 우리 인연인가 봐요!”
10년 만에 친구를 만난 듯 한바탕 소란스러운 인사를 마치고, 박탐희는 곁에 있는 두 사람을 소개했다.
“제 남편이에요. 그리고 우리 시완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가족이었다. 첫눈에도 훈남 포스가 풍기는 남편, 그리고 아직 돌이 안 된 포동포동한 아기. 순간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재생되면서 그들의 얼굴과 겹쳐졌다.
사실 우리는 10년 전이 아닌, 바로 전날 만났다. 긴 시간 동안 화보를 찍고 인터뷰도 했다. 그런데 솔직히 그날 보고 들은 일들은 죄다 비현실적이었다. 모유를 수유한 덕분이라고 하지만, 출산한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몸매, ‘세상에서 최고의 배우는 박탐희’라고 늘 칭찬하는 남편, 육아의 수고스러움을 이해한다는 듯 순하디 순한 아기….
예상치 못한 만남에서, 기자는 얼결에 아기를 안아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시완이는 낯선 이모가 안았는데도 전혀 울지 않았다. 남편은 돌잔치 내내 잔잔한 미소로 아이를 돌봤다. 그녀 이야기는 모두 현실이었다.


Happy Mom                
‘엄마’ 소리에 감격해 눈물 흘려
박탐희는 지난 2008년 6월 ‘품절녀’가 됐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녀가 배우자를 위한 기도 끝에 만난 사람이었다. 세 번째 만남에서 ‘이 사람과 결혼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고, 그리 길지 않은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1년 반 만에 임산부가, 그리고 결혼한 지 만 3년 만에 아기 엄마가 됐다.
“결혼하고 아기 엄마가 되니 행복 지수가 급격히 높아졌어요. 결혼 전에는 뭔가 분주하고 바빴던 것 같아요. 무엇엔가 쫓기느라 급급했고, 시간이 남더라도 활용할 줄 몰랐어요. 결혼하고 나니 역할이 많이 늘었죠. 며느리, 아내, 그리고 엄마…. 할 일은 전보다 많아졌지만, 소명과 책임이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면서 대단한 이름표를 하나씩 달아나가는 것 같아요.”
행복은 숨길 수 없는 것인가? 평소 선이 또렷한 외모 탓에 ‘새침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고, 그런 역할도 많이 맡아왔던 박탐희.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서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제 외모가 배우로서 장점일 수 있는데, 실제 성격과는 반대라서 억울한 면이 있었어요. 친한 사람은 제가 얼마나 아줌마스러운지 알거예요.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서는 온화해 보인다, 평화로워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알게 모르게 달라지긴 했나 봐요.”
박탐희는 ‘결혼 전에는 전혀 몰랐던 행복’을 이야기했다. 아기를 낳고 기르는 일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했다.
“이제 7개월 된 시완이는 하루하루 예쁜 행동이 늘어나요. 어제는 ‘엄마’라고 발음했는데, 아마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못 알아들었을 거예요. ‘암, (조금 쉬고) 마’였으니까. 그런데 그 순간 눈물이 나더군요. 아들은 제 행복 화수분이에요.”
누구나 첫아이를 기를 때는 조금씩이라도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뭐든 어렵고, 뭐든 서투를 시기지만, 육아는 그리 고되지 않다. 워낙 시완이가 순하기도 하지만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친구들의 도움 덕분이다. 엄정화, 박나림, 한지혜, 한혜진, 엄지원, 유선, 최다혜 등 15명이나 되는 성경공부 모임 회원 중에서 아이를 낳은 아나운서 박지윤, 탤런트 김성은, 아나운서 김경화가 그 친구들이다. 모두 비슷한 일을 하고 같은 종교를 가졌으며, 거기다 동갑인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입장이라 통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모이면 서로 아기 이야기하느라 바빠요. 아기 나이가 같기 때문에 유치원이나 학교를 같이 들어가게 될 테니 이야기 소재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게다가 모두 정 많은 친구들이라서 선물도 잘 해요. ‘우리 아이 운동화 사면서 (시완이 것도) 같이 샀어’ 하면서요. 김경화 아나운서는 육아 관련 책도 낼 정도로 육아에 관해서는 아는 게 정말 많아요. 궁금한 게 생기면 뭐든 물어보죠. 그럼 ‘재밌지?’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봐요(웃음).”


Happy pregnant woman 
태교를 위해 여왕이 되다
지금은 아기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아기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일단 첫 번째 관문은 입덧이었다.
“하루 종일 배 멀미를 하는 듯한 울렁거림과 메슥거림은 기본이고,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헛구역질은 가뜩이나 먹은 것도 없는 위를 쥐어짜는 것 같았어요. 잠시라도 누우면 어김없이 속 쓰림이 찾아왔죠. 배 안에 장기가 녹아버릴 것 같은 속 쓰림이요. 남편에게 투정을 많이 부렸죠.”
뭐든 먹기 힘든 와중에도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았다. 뭐든 조금씩 먹었고, 어쩌다 생각나는 음식은 그때 무조건 먹었다. 그런데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순대를 먹으려고 할 때는 순대에 따라온 간 냄새 때문에 손도 대지 못했고, 두부부침을 먹으려 했을 때는 장바구니에 함께 따라온 유제품과 생고기 냄새 때문에 울고 싶기도 했다. 다행히 입덧은 2주 만에 끝나면서 해결됐다.
이번에는 임신 스트레스가 문제였다. 날씬하기만 했던 몸매가 불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참기 힘들었다. 이를 위해 박탐희는 여왕이 되기로 결심했다.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기의 정서에 해를 끼칠 수도 있고, 심할 경우에는 뇌손상을 줄 수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임신했을 때만큼은 여왕이 되기로 결심했죠. 나와 아기를 위해 내가 뭘 원하는지 파악하고 실천했어요.”
하루 종일 누워서 책을 읽는 날이 있는가 하면, 친한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다가도 마음이 맞으면 쇼핑을 가기도했다. 집안일이 하기 싫을 때는 설거지가 쌓여 있어도 놔두었다. 쉬는 날마저도 ‘무엇을 하면서 쉬어야 할까’ 하며 계획을 세우던 그녀였다.
무엇보다 박탐희가 신경 썼던 부분은 태교다. 어떤 장르든 가리지 않고 책을 많이 읽었다. 남편은 매일 같은 시간에 책을 읽어줬다. 동요나 CCM을 반복해서 불러주는가 하면 운전할 때나 집에서 쉴 때는 그날 기분에 따라 음악을 들으며 태교를 도왔다. 박탐희는 이 시간 동안 열심히 태교 일기를 썼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던 날부터 ‘All望’이라는 태명을 지었을 때, 또 아기와 처음 만난 날의 기분을 생생히 담았다. 그리고 이 기록을 모아 <탐희 스토리 IN GOD>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임신과 태교 이야기뿐 아니라 남편과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도 아기자기하게 담겼다.

Happy wife남편에게 긍정 바이러스 얻어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박탐희는 결혼 전부터 결혼한 지인들을 지켜보면서 변하지 않은 것들에 주목했다.
“연애 시절에는 누구든 공주가 될 수 있어요. 결혼해서는 그게 얼마나 갈까요? 남편은 저를 인격적으로 존중해줘요. 연애 때나 지금이나. 그건 그 사람의 성품이에요. 성품은 변하지 않죠.”
부부가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도하고 의지할 대상이 있다면, 어느 정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의지와는 달리, 남편과 감정이 부딪쳐서 상황이 안 좋게 될 때면 기도를 해요. 그래서 우리 부부는 싸워도 오래 못 가요. 상대방에게 미운 마음이 있다가도 기도를 하다 보면 결국에는 내 잘못을 깨닫게 되거든요. 그러면 싸움 자체가 되지 않아요.”
비슷한 관심사와 취미는 대화와 관계를 긴밀하게 하는 촉매제다. 이 부부는 영화와 책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취미 역시 종교나 성품처럼 쉽게 바뀌지 않은 부분이다. 이 부부는 변하지 않은 몇 가지의 요소에, 서로를 최고로 생각하는 주관적인 안목을 가졌다. 이는 결혼 생활에 윤활유가 된다.
“남편은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주관적인 사람이에요. 객관성을 앞세워서 제 연기를 평가해주는데, 그게 너무 주관적인 거죠. ‘당신 목소리 정말 좋아’, ‘발음도 정말 좋아’, ‘정말 예뻐’…. 굉장히 저를 높여줘요. 솔직히 저보다 예쁜 연예인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중 누가 제일 예뻐? 라고 물어보면 정말 진심으로 ‘박탐희’라고 말하죠.”
여자 박탐희 이상으로 배우 박탐희를 좋아하는 남편. 누구보다 소중한 열혈 팬이다. 덕분에 공백 기간의 두려움을 떨치는 중이다.
“공백이 있으면 배우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라고 체감해요. 한두 달만 쉬어도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면 긴장되고 두렵거든요. 남편은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에요. ‘해낼 건데 왜 걱정해?’ 하는 식이죠. 저는 반대로 사서 걱정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남편 만나고 나서 많이 달라졌어요. 긍정 바이러스가 더 센가 봐요.”
이제 박탐희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제대로 놀아볼 작정”이다. 엄마가 되는 일생일대의 변화를 겪으면서 세상을, 또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아마 새롭게 만나볼 박탐희의 연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아기를 키우면서 내게 이런 절대적인 사랑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이 달라졌어요. 연기를 할 때도 이전과는 다른 마음일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정말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라디오 DJ라든지,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에도 관심이 있어요. 물론 본업이 배우니까 연기는 열심히 할 거고요. 배우, 아내, 엄마 다 잘하는 슈퍼우먼이 되고 싶어요.”
박탐희는 무엇보다 ‘노력’을 강조했다. 행복으로 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해도,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은 스스로 지키는 거예요.”
답은 여기에 있었다.

취재 두경아 기자 / 사진 이보영 / 스타일리스트 박상정 / 장소협찬 워커힐(02-45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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