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동이>는 조선시대 영조 임금의 생모이자 숙종의 후궁이었던 천민 출신 ‘동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드라마다. ‘동이’는 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무수리 신분에서 내명부 최고의 품계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한효주는 이 드라마에서 노비, 무수리로부터 감찰부 궁녀를 거쳐 조선 19대 왕 숙종의 후궁(숙빈 최씨)에까지 이르는‘동이’역할을 맡았다. 그녀를 스타로 만든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고은성’이 현대판 캔디라면, <동이>는 조선시대‘캔디’다.

숙명처럼 다가온 <동이>
“사실 타이틀 롤을 맡았다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처음에는 솔직히 걱정이 앞섰죠. 동이가 실존 인물이고, 10대부터 50대까지 연기해야 하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녀가 동이를 선택한 건 운명이었다. <찬란한 유산>을 마치고 차기작을 고심하던 중 <동이>의 시놉시스를 보게 되었는데, 한눈에 <동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왔다. 그 이후 그녀에게는 <동이>라는 글자만 보였다. 결국 그녀는 ‘동이’라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다행히 저에게 동이의 대본이 주어졌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담감과 욕심이 동시에 생겼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 잊어버리고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어요.”
<동이>는 한류 드라마 <대장금>과 <허준>을 연출한 ‘사극의 대가’이병훈 감독의 작품이다. ‘동이의 주연을 누가 맡느냐’가 한때 방송가의 큰 이슈였다. 이미 <동이>는 일본, 태국, 홍콩 등 주요시장에 선 판매돼 8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주연을 맡은 여배우는‘제2의 이영애’가 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돌았다. 이에 많은 여배우들이 <동이>에 출연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사실 시청률을 의식하기보다는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요. ‘제2의 대장금’ ‘제2의 이영애’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위축되기도 하지만, 다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동이는 초반 시청률이 다소 낮았지만, 어린 동이가 성인이 되고, 한효주가 투입되면서 시청률에 탄력이 붙었다. ‘한효주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쏟아졌지만, 정작 본인은 태연하다.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연기자
“사극은 두 번째 출연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어려워요. 사극은 특정한 연기의 테크닉이 필요한 장르죠. 시선 각도와 움직이는 타이밍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까요. 처음에는 저도 어색했는데, 지금은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고 있어요. ‘제2의 대장금’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연기해야죠.”
한효주는 처음에는 고풍스러운 촬영장 분위기나 어색하기만 했던 의상 때문에 맘고생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사극의 장점을 알아가고 있다. 옷이나 머리를 바꾸지 않고 촬영하기 때문에 대본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릭터에 완벽히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2년 전 퓨전사극 <일지매>에 출연했던 경험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적응되는 것 같아요.”
동이는 시대만 과거로 돌렸을 뿐 만화 속 주인공 ‘캔디’와 비슷한 인물이다. 이처럼 밝고 씩씩한 캐릭터는 낯도 많이 가리고 말수가 적은 한효주의 캐릭터와 다소 거리가 있지만,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갈 생각이다.
“<찬란한 유산>의 ‘고은성’은 풋풋하고 상큼한 매력이 있고, ‘동이’는 참하면서도 진취적인 구석이 있는 인물이죠. 그래서 저는 두 역할 모두 만족스러워요.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그런 캐릭터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을 주거든요.”
한효주는 <찬란한 유산> 이후 밝고 긍정적인 힘을 주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캔디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로 정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우려를 ‘성급한 생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고은성’이나 ‘동이’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들이 많아진 현대의 보편적인 여성상이기 때문이다.

비로소 가장 편한 옷을 찾았다
“사극 특유의 말투나 조심스러운 행동들도 고정관념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그 시대에 그런 말투를 썼을지도 모르겠고요. 저는 ‘동이’에서 최대한 감정에 충실하면서 현실에서 공감이 가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한효주는 작품에 출연하기 전 특훈을 받았다. 이병훈 PD는 정확한 대사뿐만 아니라 소품, 배경까지 하나하나 챙기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타이틀 롤을 맡은 한효주도 이병훈 PD의 지도를 받아야 했다.
“최근까지 감독님께 하루 2시간씩 수업을 받았어요. <대장금> <이산>의 대사를 감독님 앞에서 수없이 반복했어요. 잘할 때까지요.(웃음) 하지만 그런 훈련이 참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실 이병훈 PD님께 그런 지도를 받았다는 게 연기자에게는 영광이죠.”
한효주의 사극 출연은 <동이>가 처음이 아니다. 그녀는 퓨전사극 <일지매>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마땅히 사극을 지도해줄 만한 선생님을 찾지 못해, 혼자서 사극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사를 따라할 수밖에 없었다.
“<찬란한 유산>이 제게 선물이었다면, <동이>는 제 앞에 놓인 ‘숙제’ 같은 작품입니다. 새롭고 어려운 또 하나의 도전인 셈이죠. 그만큼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가고 싶어요. 드라마가 끝날 때쯤 제 연기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저도 참 궁금해요.”
학창시절 예쁘다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너스레를 떠는 한효주. 그녀는 2003년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에서 대상으로 입상하면서 연예계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2005년 시트콤으로 데뷔해 이듬해 드라마 <봄의 왈츠> 여주인공으로 전격 발탁됐지만, 캐릭터와 융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시청률 40%를 돌파한 <찬란한 유산>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비로소 찾은 것이다.
“사실 여러 가지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지만, 웬만하면 밝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밝은 역할을 맡다 보니 실제 생활도 밝고 희망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캔디’라고 불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동이가 어떻게 희망을 주는지, 한효주가 어떤 연기를 하는지 <동이>가 끝날 때까지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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