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와 딸이 단둘이 떠나는 유럽 여행’이라는 이토록 로맨틱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은 그것이 딸 정이가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가졌던 윤도현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30대가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기도 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뮤지션으로서 세계 곳곳을 다니며 공연을 해왔던 그에겐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너무 많았다. 그가 경험한 모든 것을 전해줄 수는 없지만, 딸과 최대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어린 딸과의 첫 여행치고 다소 무리로 느껴지는 영국이라는 나라를 선택한 것도 그 욕심에서 출발한 것이다.
“일단, 비틀스의 나라잖아요. 록의 본고장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영국은 YB가 처음으로 해외 투어 공연을 갔던 나라여서 더 각별한 의미가 있기도 해요. 장기 비행이 두렵기도 하지만 우리가 만들 추억과 비교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죠. 우리 정이에게 영국에서의 최고의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데, 그 정도야!”
아빠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빼닮은 딸 정이 역시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공연과 음악 작업으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고, 집에 있을 때도 잠자는 시간이 더 많았던 아빠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여섯 살 아이를 들뜨게 할 만한 최고의 이유였다.
간간이 인터넷에 딸 사진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꽁꽁 숨겨왔던 귀한 딸인지라 그들의 평소 모습이 궁금했다. 그래서 따라가 본 그들의 여정. 과연 윤도현은 ‘딸 바보’의 명성에 걸맞게 정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고, 그런 아빠의 사랑이 익숙한 딸은 사랑으로 충만했다. 카리스마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국민 로커가 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모습은, 아빠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로 보였다.
“2층 버스 되게 신기하지!”“응,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아.
행복해!”
D-2 “아이와의 여행엔 철저한 준비가 필수!”여행을 기다리는 사람만의 달뜬 표정이 있다. 딸과 단둘이 떠나는 여행 이틀 전,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황홀함을 감추지 않는 윤도현. 아이와 떠나는 여행인 만큼 준비할 것도 많기에, 무엇보다 아이에게 여행할 영국이라는 나라를 알려줘야 하는 미션이 있었기에 여행 이틀 전부터 이것저것 준비하며 부지런을 떨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점 방문이다. 정이에게 영국이라는 나라를 설명하기 위해 세계지도를 구입하고, 비행기 안에서 지루해할 딸을 위해 동화책도 챙겼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에 약국에 들러 비상약도 구입하고, 정이가 좋아하는 사탕도 미리 사뒀다. 아이들이 먹을 사탕은 크기가 작을수록 좋다는 깨알 같은 정보를 덧붙이며.
“다 왔어? 여기가 어디야?”“ 여기 근처인 것 같은데, 어 여기 맞다! 닐스야드는 죄다 유기농이야.정아, 너도 알고 보면 유기농이거든!”
“어? 뭐라고?
D-1 “두근두근, 여행 가방은 알아서 척척!”본격적으로 짐을 꾸리는 시간. 아이를 친구처럼 대하자는 평소의 육아 철학을 살려 각자의 짐은 스스로 꾸리게 하자, 필요한 물건들을 척척 꺼내온다. 외투와 담요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딸을 바라보니 인자한 아빠 미소가 절로 나오는 윤도현. 목걸이와 반지 등 작은 액세서리까지 챙기는 천생 소녀의 행동에 당황한 듯도 하지만, 끝까지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간단한 영어 회화를 가르쳐주며(영국식 발음까지 디테일하게 짚어주면서) 여행에 대한 기대지수를 최대한 끌어 올려주는 모습도 다정한 아빠의 완벽한 모습이다.
“아빤 이런 데 오면 기분이 되게 좋다?”“그치, 아빠 기타 되게 좋아하는 거 알아!”
“막 쳐보고 싶어! 이거 뭔지 알아?”
두둥둥 둥둥 두두둥 둥둥
“아빠 노래! 나비?”
“ 정이 스캇 좋아? 얼마나?”
“ 셀 수 없어. 너무 많이 사랑해서 못 세겠어.
근데 스캇이 나 사랑하는 거 알아?”
“!!!!!!!!!!!!!!!!!!!!!!!!!!!!!!”
D-day “런던 도착, 정이와 함께여서 행복해!”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히드로 공항. 긴 비행에 지쳤는지 느닷없이 코피를 흘리는 정이가 측은하지만, 그래도 “아빠와 함께하는 여행이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딸의 애교에 에너지를 얻어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 코스는 100% 아빠 윤도현의 작품. 버킹엄 궁전, 하이드 파크, 2층 버스 타기 등 아이가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엄선했다. 장난감 백화점, 초콜릿 카페, 유기농 거리는 딸과 함께 오지 않았더라면 절대 가보지 못했을 곳.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할 곳 위주로,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지 않게 짜는 센스를 발휘한 결과물이다. “딸을 위해서 마련된 여행이지만, 알고 보면 나에게 더 의미가 있는 시간”이라며 “그동안 영국에 몇 번 들렀지만,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것들을 딸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하며 여행에 임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진짜 왕과 여왕이 사는 버킹엄 궁전.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조금이라도 잘 보여주기 위해 목마를 태워 따뜻한 부녀의 모습을 연출했다. 카페에서는 아이에게 직접 영어로 주문을 해보라며 기회를 제공하고, 행여 음식으로 고생할 딸을 위해 한국에서 챙겨온 즉석 미역국을 만들어 먹이는 정성도 보였다. 매 순간,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고 경험하게 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250년 역사의 장난감 백화점에서는 정이보다 아빠가 더 들뜬 모습. 기상천외한 세계의 장난감을 구경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경제교육 제대로 받은 정이 놀라운 평정심으로 마음에 드는 장난감 꼭 하나만을 골라 아빠를 뿌듯하게 하기도 했다.
비틀스의 음반 재킷의 배경이 된 ‘애비 로드’의 횡단보도에서는 윤도현의 흥분이 폭발했다. 몇 년 전,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던 인연도 있지만, 뮤지션으로서 비틀스의 추억이 담긴 이 거리의 의미는 각별할 터. 음반 재킷 배경이 된 애비 로드의 횡단보도를 정이와 나란히 걸으며 감탄을 연발했다. “존 레논이 떠난 지 30년이 된 지금 정이와 함께 이 길을 걷다니! 이것만으로도 소원 성취!”라고 외치며.
그리고 이번 런던 여행의 하이라이트. 영국에 살고 있는 기타리스트 최임식 씨의 집을 방문했는데, 여기서 여행지에서의 충만한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정이의 노래가 탄생했다. “사랑을 지켜야 해” “너를 사랑하면은, 나는, 사랑을 지킬 것이다” “마음을 보면서도, 잘 지낼 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라며 즉석에서 가사 실력을 뽐내는 정이 덕분에 아빠의 입이 쩍 벌어졌다. 여기에 정이보다 한 살 어린 이든 군이 즉석에서 곡을 만들어내서 현장에 있던 두 뮤지션 아빠를 황홀케 했다. “사랑해!”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상황. (이 곡은 윤도현과 절친한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편곡을 맡아 곡으로 탄생했다. 이 곡을 두고 후속 음반에 수록할 것인지를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어디서든 껌 딱지처럼 딱 붙어서 애정을 과시한 부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의 짝꿍이다.
정이가 자라고 또 커가는 동안 계속될 여행. 윤도현은 여행을 하면 현명해진다는 영국 속담처럼,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다니며 많은 것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앞으로 좀 더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아요. 더 자주 여행을 다니면서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어요. 항상 정이를 지켜줘야죠!” 그들의 여행은 2박 3일 만에 끝났지만, 진짜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정아, 노래 한 번 만들어볼래? 작사 한번 해볼래?”
“사랑을 지켜야 해.”
“오, 좋은데! 계속해봐 정아!”
“너를 사랑하면은, 나는, 사랑을 지킬 것이다.”
“와!!”
“마음을 보면서도, 잘 지낼 것이다.”
“우와! 정아 사랑해! 넌 천재야,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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