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우먼 김숙은 최강희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한다.“어떤 애가 은이 언니랑 같이 왔는데, (걔 탤런트잖아) 펑크 난 티셔츠를 입고 있는 거야. 그리곤 낯을 가리면서 앉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겨) 우리 집에 3일이나 있었어. 지네 집에 안 가고. 그래서 내가 그때 ‘강자(최강희의 애칭)야, 너 일 좀 해’ 그랬지.” 또 다른 ‘절친’ 송은이의 이야기는 더 가관이다.
“강자, 이거 웃기는 애야, 얌전하게 생겨서는. 난 솔직히 얘 완전 ‘똘아이’인 줄 알았어.”
최강희에 대한 첫인상은 대개 이와 비슷하다. ‘4차원’이라는 단어는 이런 모습 속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첫인상일 뿐이다. 4차원 넘어 그곳엔 말간 자연인 최강희가 있다.
달에 갈 수 없어, 나는 아이슬란드로 간다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그녀를 설명하는 수식어가 늘어나면서 최강희는 스스로도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연기를 통해 타인의 감성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능력이 생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작 자신을 알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의 감정이 내 것인지 아닌지조차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저를 알고 싶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서른두 살,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그래서 한 번은 일기장을 펴놓고 글을 적으려 했지만 한 글자도 적을 수 없었어요. ‘나’란 무엇도 없는 느낌이었죠. 그립고 외로웠지만 그리움에는 대상이 없었고, 울고 싶었지만 눈물은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어요.”
그때 가수 김C는 그녀에게 시규어 로스의 ‘헤이마’(‘집으로’라는 뜻)란 DVD를 건넸다. “네가 좋아할 것”이라면서. 시규어 로스는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밴드로, 월드 투어를 마치고 고국에서 무료 투어를 한 뒤, 이 공연을 ‘헤이마’라는 DVD로 남겼다.
“DVD에 담긴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와 음악은 정말 신비로웠어요. 뭔가 마음 둘 거리가 없었던 제게 당시 그것은 충격이었고, 김C의 말대로 그것에 빠져들었죠. 매일 아침, 그리고 저녁, 심지어 잠이 드는 순간까지 마치 종교의식처럼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이슬란드에 꼭 가보고 싶어졌죠.”
아이슬란드로 가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은 마침내 이루어졌다.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이라는 책을 준비하면서 책에 실릴 사진이 필요했고, 그 사진을 아이슬란드에서 작업하게 되었던 것.
“8월 초, 영화 ‘애자’ 촬영이 끝나고 아이슬란드에 다녀왔어요.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어요. 아이슬란드 물가는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비싸거든요. 그래서 적은 인원으로 짧게 다녀와야 했죠. 아이슬란드는 전체 면적이 남한 정도 크기지만 인구는 30만 명에 불과해요. 어딜 가나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분위기는) 우울했고, 국민들은 예술가 같았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컷을 얻기 위해 아이슬란드 전역을 돌면서 촬영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슬란드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인간은 달에 갈 수 없어, 나는 아이슬란드에 간다.’
“달나라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이슬란드는 다른 행성 같기도 하고, 지구 본연의 모습 같기도 했어요. 암스트롱이나 예비 우주인들은 달에 가기 전 지형 충격을 대비하고 익히기 위해 아이슬란드를 찾는다고 해요. 그만큼 외계 지형과 같은 느낌이에요.” 최강희가 머물렀던 때는 마침 백야 기간이었다. 해는 새벽 1시에 져서 3시면 이내 떠올랐다. 그래서 아이슬란드는 더욱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인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가 원했던 분위기는 바로 그것이었다.

대단함을 꿈꾸는 사소함, 난 그게 좋고 편해
아이슬란드에 다녀온 기록은 고스란히 최강희의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에 담겼다. 아이슬란드의 이국적인 풍경과 최강희의 나른한 모습은 감각적인 글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집 같다.
“글과 사진이 함께 있는 책이에요. 잘 쓰지는 못하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생각이 날 때마다 단상으로 기록했고, 미니홈피에 올렸죠.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그래도 언젠가 책으로 내고 싶었고, 동시에 부족하다고 생각해왔죠. 그런데 요즘 많은 연예인들이 책을 내는 것을 보고 용기가 생겼어요. 그분들의 책을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먼저 질러주시니까’ 용기를 내게 된 거예요.”
최강희는 오래전부터 미니홈피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의 생각을 올리고, 그 글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댓글을 통해 반응을 주고받는 것. 최강희는 이런 감정의 교류를 사랑한다.
“제 미니홈피에는 ‘내가 1빠’와 같은 장난스러운 댓글이 아니라, 각자의 감정을 나누는 댓글이 달려요. 사람들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설렘이나 외로움 등이죠. 차가운 컴퓨터를 통한 소통이지만, 그 안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때도 있고, 교감을 나누면서 짜릿한 기분도 들었어요. 이런 기분을 책을 통해서도 나누고 싶었어요.”
책 제목인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은 자연인 최강희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키워드인 듯싶다.
“저는 자신을 사소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항상 대단한 쪽을 꿈꾸는 사소한 쪽이라고 할까요? 그쪽이 편하고 그게 좋아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사소한 아이’로 결론이 난 것일까? 딱히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수식어 사이에 숨겨진 최강희의 모습은 이 책 안에 담겨 있고, 그것이 그녀가 찾은 답일 것이다.
“4차원, 동안, 패션, 환경 등이 여러분들께서 부각시켜주신 점이라면, 그 나머지의 제가 이 책 속에 있어요. 조금은 궁상맞고, 우울한 것을 즐기며 행복을 꿈꾸는 제 모습요. 제가 쓴 책이니까 제 이야기가 들어가잖아요. 상상으로든, 실제 제 이야기든, 제 기준이나 마음이 이 책에 많이 비춰졌어요.”
글과 사진만으로는 부족했나 보다. 초판을 구매하는 독자에 한해 주어질 부록 DVD도 만들었다. DVD에는 뮤직 비디오가 담겨 있는데, 아이슬란드에서 담아온 영상에 그녀가 직접 부른 노래를 입혔다.
“직접 노래를 부르고 싶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제 책이니까 직접 참여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노래까지 하게 되었죠. 뮤직 비디오는 ‘최강희의 여섯 가지 중독’을 만든 PD와 작업을 했는데 편집 과정에서 제가 참견을 많이 했어요. 하루에 잠을 두 시간씩밖에 안 자면서 진짜 열심히 만들었어요.”

기부, 나눔을 통해 얻는 또 하나의 행복
올해 하반기는 최강희에게 잊지 못할 시간으로 기억될 듯하다. 영화 ‘애자’는 관객을 200만 명 가까이 동원했고,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은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으더니 출간 10일 만에 3만5천 부가 판매됐다. 현재 5쇄 인쇄에 들어갔으며, 초반 인쇄 분량의 두 배인 2만 부로 1쇄당 부수를 늘린 상태다.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의 성공은 단순한 성공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최강희가 인세 전액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책의 인세는 미혼모를 돕는 단체와 환경단체에 반반씩 기증하기로 했어요. 책을 통해 번 돈은 별로 가질 생각도 없었고, (책이) 제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인세를 두 단체에 나눠 기부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 단체를 지원함으로써 또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환경녀’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럽더라고요. 물론 저는 종이컵을 안 쓰고 있지만, 환경에 대한 일을 한다면 갑자기 제가 그 분야에서 무언가가 된 것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마침 미혼모는 예전부터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두 단체에 나눠서 기부하게 된 거예요.”
우연히도 책의 발매 시기가 최강희의 소속사 대표이기도 한 배용준의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의 그것과 겹치게 되었다. 같은 분야의 책은 아니지만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된 셈. 배용준이 선배이자 대표로서 책에 대해 조언을 했을 법도 하지만, 그녀는 그를 제대로 만나본 적도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계약할 때 ‘욘사마’와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것 이외에 만난 적이 없어요. 그나마 계약도 거의 끝나가네요. 그분 책을 보니 나라에서 해야 하는 일을 그분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위해 역사나 전통, 문화유산에 대해 공부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도 책을 만들 때 일일이 다 간섭을 했는데, 뭔가 스스로 해내려고 하는 점에서는 그분과 잘 통할 것 같은 기분도 드네요.”
이 책에 담겨진 여행, 친구, 사랑에 대한 단상들, 그것들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역시 그녀다운 대답이 돌아온다. “여행은 그 나라의 향기를 살짝 입고 오는 거예요. 공항에 들어서면 외국 여행 냄새가 느껴지거든요. 친구란 팔 한쪽이에요. 사랑은…. 아직 모르겠네요.”
최강희에게 요즘 행복한 일이 생겼다. 바로 자신의 작업실을 갖게 된 것. 그런데 이 역시 소소하다. 친구 작업실의 한쪽을 매달 15만 원의 사용료를 주고 사용하는 것이다.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최강희, 그런 그녀를 ‘사소한 아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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